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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국립대 김선원 교수와 국립순천대 이상석 교수는 소 트림 속의 메탄을 영영분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은 연구과정 개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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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_대민포커스N=조인호기자]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 그리고 최근 경상도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 재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재앙의 주범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하며, 온실가스 감축이 인류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최대 84배 강력한 메탄의 발생량 저감은 단기적으로 기온 상승을 막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 전 세계적인 감축 노력이 시급하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소와 같은 반추동물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양의 메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김선원 교수(항노화 바이오소재 세포공장 연구센터장)와 국립순천대학교 이상석 교수 연구팀은 세계적인 학술지 《애니멀 마이크로바이옴(Animal Microbiome)》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반추위(소의 첫 번째 위)에 서식하는 특정 미생물(메탄자화균)을 활용하여 메탄 배출량을 부작용 없이 매우 효과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의 37% 이상이 소의 트림이나 방귀 등에서 나오지만, 기존의 메탄 저감 노력은 메탄 생성을 억제하는 화학물질이나 특정 사료 첨가에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소의 소화 과정 자체를 방해하여 사료 효율을 떨어뜨리거나, 독성 문제, 일시적인 효과 등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김선원-이상석 교수 연구팀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메탄 생성을 억지로 막는 대신, 반추위 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메탄자화균(Methanotroph)’에 주목한 것이다.
이 미생물은 메탄을 먹이(탄소원)로 삼아 자신의 영양분(단백질 등)으로 전환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연구팀은 “반추위는 완전한 혐기 상태가 아니라, 위벽 근처 등 산소가 존재하는 미세 환경이 있으며, 이곳에서 메탄자화균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년간의 노력 끝에 한우의 반추위에서 메탄 분해 능력이 뛰어난 메탄자화균과 이를 돕는 메틸영양균(Methylotroph)의 복합체(컨소시엄 NC52PC)를 분리하고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실제 한우에게 이 미생물 복합체를 프로바이오틱스 형태로 급여한 결과, 메탄 배출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소의 성장이나 건강에는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도 미치지 않음을 확인했다.
이는 메탄자화균을 이용한 반추동물 메탄 저감 시도가 세계 최초로 성공한 사례라는 점에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 책임자인 김선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메탄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배출될 메탄을 동물이 다시 이용할 수 있는 영양분으로 전환시키는 ‘자원 선순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기존의 통념을 깨고 반추위 마이크로바이옴의 새로운 가능성을 밝혀낸 이 연구는 친환경 축산을 목표로 하는 사료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Rumen Methanobiome(반추위 메탄자화 핵심 미생물 군집)’ 개념을 발전시켜 메탄 전환 효율과 가축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맞춤형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 30%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제 메탄 서약’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환경 부담을 줄인 지속 가능한 미래 축산업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선원 교수는 “기후 위기 시대, 우리 식탁과 환경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혁신적인 과학 기술의 등장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다.”라고 말했다.